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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쓰기

다시 출근하던 날 - 엄마 금방 다녀올께!

오랜만에 하는 첫 출근,

제시간에 찾아갈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과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서둘러 버스에 올라탔다.

면접 때 두어 번 가봤던 그 노선대로 가는대도 계속 땀이 났다.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 안은 월요일을 앓는 사람들의 짧은 휴식처이다 모두 잠에 빠진 시간. 나는 창밖의 초겨울 풍경에 잠시 마음을 놓으려고 한다. 오랜만에 찍어 바른 화장은 서툴고 답답해서 지워버리고 싶고 서둘러 구입한 정장과 구두는 아직 길이 들지 않았다

 

나의 초조함과는 달리 사무실은 고요했다

아니, 아무도 없었으니 그럴 수밖에.. 나를 소개해준 분은 오늘부터 해외출장 중이시고 그분이 부탁해둔 사람은 다른 지점에서 미팅 중이란다. 카톡 메시지로 사무실 비밀번호를 받아 문을 열었는데 정작 문을 어떻게 여는지 모르겠어서 난감했다. 비밀번호는 해제됐다는 반가운 음성은

들었는데 문을 물리적으로 어떻게 열라는 안내는 없다 그렇다면 안내하지 않아도 열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 이리라. 그래도 나는 모르겠다

문 앞에서 한참 씨름한 끝에 해제한 문의 비밀번호에서 “종료” 버튼을 눌러줘야 철컥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비밀번호가 해제됐으니 종료 버튼을 눌러주세요 라고 했었어야지!

면접 때 두어 번 왔을 때 본 사무실은 북적거림이 없어지자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현관에서 복도를 따라 들어오면 현관문 바로 옆에 방이 보이고 그다음 화장실을 지나 넓은 거실 같은 탁 트인 공간이 중앙에 있다. 그곳에서 사방으로 세 개의 방이 있고 그중 오른쪽 방이 내가 근무할 곳이다. 오피스텔에 있는 사무실이라 그동안 내가 근무했던 곳과는 사뭇 달랐다. 가정집으로 꾸며도 될 것처럼 사무실 안에 거실과 화장실 부엌까지 갖춰져 있다. 이곳이 일 년여의 공백 (아니 정확하게 자유와 힐링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 곳이다.

 

9시까지 맞춰 오느라 진땀을 뺐는데 정작 출근시간은 10시란다.

10시가 돼도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 아 그래 아까 비밀번호를 알려준 그분처럼 월요일이라 다들 여의도에서 미팅을 하나보다 생각했다. 10시 반이 되자 한분이 출근을 하셨다. 면접 때 뵀던 부사장님이다. 반가웠다!

하지만 그분은 아! 오셨어요 한마디 하시곤 자기 방으로 잰걸음으로 들어가셨다

내 방에는 마주 보고 있는 책상 두 개와 벽을 보고 있는 책상 하나가 있다

마주 보고 있는 책상 중에서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 컴퓨터도 없어서 그야말로 멍하니 앉아있다가 다른 방을 탐색하러 다녔다. 다른 방도 책상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다들 노트북을 들고 다니나 보다. 책장에 있는 책을 한 권 골라서 자리로 돌아왔다. 회사에서 하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책이었다. 두 페이지 정도 읽고 있자 부사장이 나오셨다. 첫날인데 아무도 없어서 어쩌냐고 하면서 점심 약속이 있어서 먼저 나가보시겠단다....!

두 시간째 묵언수행을 한끝에 들은 혼밥 하시라는 제안.. 이런 생경하고 조용하고 혼란스러운 첫 출근날의 풍경은 처음이다. 아이는 평소보다 빨리 유치원에 갔는데 어색해하지 않았을까? 문득 아이가 긍금해졌다. 이제 아이는 조금 더 빨리 등원하고, 조금 더 늦게 하원 하게 될 것이다. 아이는 일하는 엄마를 낯설어할까?

 

임신해서도 계속 일을 했고, 전날까지 근무하고 다음날 출산을 하느라 고단했던 나와 아이..

아이가 태어나서도 잠깐 쉬고는 계속 일을 하느라 늘 종종거리고 다니기 바빴는데 회사 사정으로 잠시 일을 쉬면서 달콤한 휴식을 가졌던 터라 아이는 다시 일하는 엄마가 낯설지도 모르겠다. 엄마 금방 갈께, 조금만 기다려줘!